[양낙규의 Defense Club]유엔사와 갈등 전작권전환 이후에도?

최종수정 2020.05.27 11:07 기사입력 2020.05.27 08:38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우리 군과 유엔(UN)군사령부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서도 향후 갈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엔사가 중부전선 감시초소(GP) 총격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해 우리 군과 상반된 결과를 이례적으로 발표한 것이 갈등의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북한군은 지난 3일 오전 중부전선 감시초소(GP)에서 우리 군 GP를 향해 14.5㎜ 고사총 4발을 발사했다. 이에 우리 군은 사격 원점으로 추정되는 북측 초소를 겨냥해 K-3 경기관총과 K-6 중기관총으로 30여발을 사격했다.


유엔사 다국적 조사단은 GP 총격 사건 이튿날인 지난 4일 중립국 감독위원회 소속 스웨덴ㆍ스위스 인사들과 함께 총격이 벌어진 장소에서 실사를 벌였다. 북한군은 조사에 응하지 않아 반쪽실사만 진행됐다. 유엔사는 조사 22일만인 26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비무장지대(DMZ) 내 남북간 감시초소 총격사건을 조사한 결과 남북한 양측 모두가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결론내렸다. 양측의 고의성, 우발성 여부 등을 떠나 어떤 이유에서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격발된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특히 유엔사는 북한군이 한국군 GP에 4발의 총격을 가한 것에 대해 "총격 4발이 고의적이었는지, 우발적이었는지는 확정적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 합참은 전체적인 정보를 감안해 북한군의 우발적인 총격 상황으로 판단한 바 있다. 이는 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총격 사건이 나자 우발적이라고 언급한 것과도 배치된 것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우리 군은 유엔사 조사결과에 대해 "실제적 조치 없이 발표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우리 군이 유엔사 조사결과에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놓고 그동안 우리 군과 유엔사간에 쌓여던 앙금이 그대로 표출된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DMZ 출입과 군사분계선 통행 등의 권한을 가진 유엔사가 사사건건 남북관계에 개입했고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우리 정부와 마찰음이 새어나왔다는 것이다.


2018년 8월 유엔사는 남측 인력과 물자, 기자재 등의 군사분계선 통행을 불허해 남북 철도 공동조사를 무산시킨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통행 48시간 전에 신청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그 뒤로 정부와 유엔사 간에 묘한 '긴장감'이 생겼다.


지난해 10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서 유엔사의 출입 통제권에 대해 "비군사적 성격의 비무장 출입과 관련해서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유엔사의 권한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이와 관련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6ㆍ15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이해 진행된 '창작과비평' 2020년 여름호 대담에서 "(유엔사는) 말도 안 되는 월권을 행사하려 한다"고 노골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앞으로도 문제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겸직하고 있는 유엔사령관은 평시 군사정전위원회의 가동과 중립국 감독위원회 운영,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계, DMZ 경계초소 운영, 북한과의 장성급 회담 등 정전협정과 관련 업무만 맡는다. 미국측은 우리 군이 전작권을 가져간 이후에도 평시 군사적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유엔군사령관이 우리 군에 작전 지시를 내릴 수 있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전작권 전환 검증이 이뤄진 '후반기 연합지휘소 훈련'에서 주한미군이 유엔사의 권한 확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미측은 전작권 전환이후 유엔사의 참모조직에 일본을 '유엔사 전력제공국'에 포함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탄도미사일이 주일미군기지 또는 일본에서 출발하는 미군 증원전력을 향해 날아갈 경우 일본 자위대 전력도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우리 군은 일본이 6ㆍ25전쟁 참전국이 아니어서 '유엔 전력제공국'으로 활동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 군은 미측의 이런 요구가 전작권 전환 이후 미래연합군사령관(한국군 대장)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작권이 우리 군으로 전환되면 미래연합군사령관인 우리 군 대장이 전ㆍ평시 모두 작전 통제권을 행사하게 된다. 미군 대장인 주한미군사령관은 부사령관 역할을 맡는다. 그런데 만약 전작권 전환 이후 주한미군사령관이 권한을 확대한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게 되면 한국군 사령관과의 지휘 관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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