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첨단무기… 어디서 보고 베꼈나 [양낙규의 Defence Club]

최종수정 2020.02.09 09:15 기사입력 2020.02.08 18:00

2015년 5월 9일 김정은 위원장 참관 하에 신포급 잠수함에서 SLBM 북극성 1호를 수중사출, 로켓점화에 성공한 장면. 사진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은 8일 정규군의 창설을 기념하는 건군절을 맞았다. 북한은 이날 군사력을 과시하는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새로운 무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무기개발은 자체개발보다는 역수입한 개조개발이 많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역수입 나라는 대부분 중국이나 러시아다.


북한이 역수입해 만든 무기체계로는 전투기 MiG-21가 유명하다. 1969년에는 미정찰기까지 격추시켰다. 당시 EC-121은 최고 성능의 레이더와 전자장비를 갖춘 프로펠러 비행기였다. EC-121은 그해 4월 15일 일본 아츠기 미 해군항공기지에서 이륙해 블라디보스토크의 소련군 및 북한 정찰을 마치고 복귀하던 중이었다.


북한은 미 정찰기 눈을 피해 전투기 MiG-21을 분해 후 야간열차에 싣고 EC-121의 예상항로와 가까운 어랑비행장에 옮겨와 조립해 격추를 준비했다. 소련 영공을 벗어난 뒤 북한군의 비행기 두 대를 발견한 EC-121은 회피기동 없이 비행을 계속하다 MiG-21이 발사한 미사일에 동해로 추락했다. 이후 미국은 즉각 항공모함 USS 엔터프라이즈를 비롯한 40척 함정을 동해에 배치, 원산 앞바다에서 무력시위를 벌인 동시에 전술 핵무기를 사용한 보복공격을 검토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신포급 잠수함도 있다. 신포급 잠수함은 러시아가 1958년 건조해 1990년까지 운용한 골프급 디젤 잠수함을 수입해 해체,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건조했다. 신포급 잠수함은 길이(67m)가 짧아 SLBM 발사관 장착 부분이 선체 앞부분에서 중간인 함교까지 이어지도록 설계됐으며 SLBM은 1발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14년부터 2000t급 신형 잠수함에 SLBM 발사용 수직발사관을 장착하기 위한 지상, 해상 시험을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수직발사관을 일단 잠수함에 장착하는 데는 성공했다. 우리 군보다 10년 이상 앞서 잠수함에 수직발사관을 장착한 수준에 도달한 셈이다. 우리 해군은 오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수직발사관을 탑재한 3000t급 잠수함 6척을 전력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북한 해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배치한 초계정 등에 미국산 '개틀링 기관총'을 탑재하기 시작한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2016년에는 북한 해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배치한 초계정 등에 미국산 '개틀링 기관총'을 탑재하기 시작한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군은 근접 전투 때 우리 해군에 상당한 인명 피해를 줄 목적으로 노후 기관포를 교체 중인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이 일부 연안전투함에 탑재한 개틀링 기관총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이 개발한 구경 12.7㎜로 추정되고 있다. 이 기관총은 분당 2천여발의 사격이 가능하다. 최대사거리 5~6㎞이며 2㎞ 이내에서는 인명이나 함정 선체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무기이다. 1983년부터 생산된 이 기관총은 자동화 체계로 이뤄졌고, 최근에는 발사 전 상대방이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기술을 적용한 버전으로 개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와 동일한 항공기도 운용중이다. 북한의 H-500헬기다. 북한군은 정찰용으로 활용하는 H-500헬기의 표면을 우리 군의 정찰헬기인 500MD와 같은 색깔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전시상황에 아군과 적군을 혼동시키기 위한 술책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중이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80여대의 H-500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헬기 동체를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국방색과 유사한 색으로 도색해 전방에 배치했다. 북한은 1980년대 초 독일에서 민용 H-500를 도입해 군용으로 개조한 뒤 운용하고 있다. 민용 H-500은 우리 군의 500MD와 유사한 기종이다. 북한이 지난해 7월 대규모 열병식 때 처음 공개한 H-500은 부품수급 등을 고려해 비행횟수를 최대한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퇴역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북한이 에어쇼를 위해 축하비행을 한다면 정찰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H-500헬기를 띄울 가능성도 크다.


북한의 H-500은 정찰목적으로 우리 영토를 침범하더라도 육안으로 식별하기가 힘들다. H-500은 우리군의 500MD보다 배기구가 1개가 적고 동체 앞부분이 뾰족하게 튀어나왔다는 점 외에는 차이점이 없다.


특히 북한은 H-500에 휴대용 위성항법장치(GPS) 전파교란장치를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상황에 북한의 H-500이 교란전파를 쏘며 우리 영토를 침범하면 전방지역에서 마주친 우리 군의 500MD는 방향을 잃는 등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500MD는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KT-1과 마찬가지로 상용GPS를 장착하고 있어 GPS 전파교란 능력이 부족하다.


북한은 현재 10여종류의 GPS교란장치를 보유 중이며 100km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전파교란이 가능한 것으로 우리 군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교란전파 횟수를 해마다 늘려왔다. 전파범위도 서해안에서만 국한됐던 3년전과 달리 서울, 경기, 강원 동부지역까지 확대됐다.


북한은 1980년대에 독일의 무역회사를 통해 밀수입한 미국산 500MD 헬리콥터를 이란에 재판매 시도를 하기도 했다. 외교부가 2016년 공개한 1980년대 외교문서에 따르면 북한은 1985년 10월 사절단을 이란에 파견해 500MD 헬기 판매협상을 벌였으나 가격절충에 실패해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앞서 북한은 1983년부터 2년 동안 독일의 '델타 아비아'사를 거쳐 미국의 휴즈사가 설계하고 맥도넬 더글라스(MD)사가 조립제작한 500MD 정찰헬기 87대를 불법으로 밀수입했다. 당시 우리 군은 다수의 500MD를 주력 헬기로 운용하고 있었으며, 북한이 동일 기종으로 공중침투를 감행하면 상당한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북한의 미사일도 역설계의 대표적인 예다. 북한은 1980년대 초반 옛소련이 기술 이전을 거부하자 옛소련제 스커드-B를 이집트에서 사들여 부품을 분해한 뒤 다시 거꾸로 맞추는 역설계했다. 이 때 나온 미사일이 스커드-B다. 일각에서는 옛소련이 스커드-B 기술을 직접 전수해줬다는 주장도 있다. 이후 1990년대 초 소련 붕괴되자 기술자들을 영입해 기술을 전수받았다. 노동과 무수단, 대포동 등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해외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지난 2016년 시험발사에 성공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이 개발한 대다수 미사일 제작에 옛 소련 설계도를 참고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해 2종류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연속 성공하는 등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그렇게 빠른 속도로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 의문을 품어왔다.


독일 뮌헨의 미사일 기술 전문가 마르쿠스 실러와 미국 정보기관의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였던 닉 한센은 북한의 미사일 크기와 모양은 1960년대와 1970년대 옛 소련이 제조한 2단계 고체연료 미사일인 UR-100과 비슷하며 북한의 미사일 엔진은 옛 소련이 1965년 처음 제작한 RD-250 미사일 엔진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들 연구진은 북한과 옛 소련 미사일의 유사성을 고려할 때 북한의 미사일은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듯 중국이나 이란 기술을 이전받은 것이 아니라 옛 소련 기술을 재활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북한 미사일과 옛 소련 UR-100 미사일의 유사성이 높지만 북한 화성-15형은 옛 소련 시절 개발만 되고 전면적인 생산은 이뤄지지 않은 또 다른 미사일인 R-37을 복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옛 소련은 지난 1960년대 미국이 개발한 '미니트맨' 미사일에 대적하기 위해 미사일 개발 2개 부서에 신형 미사일 개발 경쟁을 시켜 UR-100을 채택하고 크기와 모양이 비슷한 R-37 미사일은 폐기 조치했다.


실러 연구원은 "증거는 없지만 화성-15형은 도난당하거나 암시장에서 팔린 R-37 미사일 기술이나 옛소련 시절 비슷한 미사일에 근거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지 않으면 북한의 신형 미사일 조기 개발을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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