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누리호의 성공… ICBM 개발 가능할까

최종수정 2023.05.24 08:45 기사입력 2023.05.24 08:45

국내 독자개발 누리호 기반기술만 ICBM과 비슷
대기권재진입·연료 등 형태는 달라 전환 어려워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4일 발사에 성공한다면 우리 군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MB)기술을 보유하는 것 아니냐는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로켓 엔진과 단 분리 등 기반기술은 유사하지만 개발의도가 달라 무기개발 전환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군사전문가에 따르면 누리호와 같은 우주발사체는 ICMB과 기술적인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로켓 엔진과 단 분리 등 기반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위성을 발사한다고 할 때마다 국제사회는 ICBM 개발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누리호는 ICBM과 다른 점이 있다. 첫 번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다. 누리호의 목적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이다. 누리호는 수직에 가깝게 하늘로 올라 일정한 궤도에 오르면 인공위성을 분리하고 임무를 마친다. 반면 ICMB은 대기권 밖으로 나가 최고 고도에선 엔진을 정지한 뒤 포물선 형태의 궤도를 그리며 지상의 타격 목표지점을 향해 떨어진다. 이때 발사체에 달린 탄두는 고온과 고압을 견뎌야 한다. 초속 9㎞ 이상의 속도로 공기와 부딪히면서 최대 2000~6000도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되는데 탄두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연료가 다르다. ICBM은 대부분 고체연료가 쓰이지만 누리호는 액체연료를 사용한다. 군사용으로는 액체연료가 부적합하다. 액체연료 엔진은 연료와 산화제가 부식성이 강한 맹독성 물질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로켓에 오랜시간 넣어 보관할 수 없고, 발사 직전에 연료를 주입해야 한다. 연료주입 시간은 길게는 4 시간 넘게 걸린다. ICBM에 액체연료를 사용한다면 군사위성에 노출되기 쉽다. 북한이 고체연료 ICBM을 개발하는 이유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미사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이 모르게 신속하고 은밀하게 쏴야 하는데 연료주입 과정에서 적에게 노출된다"고 말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우리 군이 ICBM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 군은 이미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탄두 중량 6t가량의 고위력 탄도미사일인 ‘현무-5’를 개발중에 있다. 군 당국이 개발 중인 이 고위력 탄도미사일들은 핵탄두를 제외한 재래식 탄두 중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폭발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고위력 탄도미사일은 3축 체계 중 하나인 대량응징보복(KMPR)의 핵심 전력으로 지하에 있는 북한의 핵심 군사시설들을 파괴하기 위해 관통력과 폭발력을 극대화한 미사일이다.


앞서 군 당국은 지난해 대통령 업무보고를 마친 뒤 3축 체계 중 하나인 대량응징보복(KMPR) 강화 차원에서 고위력, 초정밀 미사일 수량을 늘리겠다고 밝힌바 있다. 현재 실전 배치되거나 배치 수순에 돌입한 ‘현무-2’ ‘현무-4’ 등 기존 탄도미사일 수량 확충은 물론이고 고위력 탄도미사일이나 극초음속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 개발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고위력 탄도미사일 외에도 군은 순항미사일(HCM)과 탄도미사일(HGV) 기반의 극초음속미사일을 두 가지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 2030년대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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