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에서도 깊어지는 ‘방산업계의 한숨’

최종수정 2022.06.19 10:32 기사입력 2022.06.19 07:34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윤석열 정부만의 방산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산 무기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올해 방산수출액이 100억 달러를 넘길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새로운 정책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방산업체 대표들이 17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제8회 방산업체 최고경영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전 국방부 장관들도 해왔던 간담회다. 이를 놓고 방산업계는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나온 건의사항은 한번도 정책에 반영된 적이 없다고 토로한다. 연례행사일 뿐이란 푸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 방위사업청이 마련한 간담회의 경우 사전 질의 요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정해진 질문에 정해진 답변을 해야 하는 자리를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에서 주최측이 마련한 장관과의 간담회의 경우 협찬금 액수에 따라 자리가 정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은 2년전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도 ㈜DXK가 주관해 개최됐다. 당시 ㈜DXK는 행사에 동원된 장병들이 코로나 19에 감염될 경우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말 뿐이었다. 당시 행사에 참가한 외빈이 보는 앞에서 유도무기 ‘현궁’의 오발사고도 발생했지만 ㈜DXK는 “이날 사격훈련은 당사와 무관하다”는 입장만 내놨다. 올해부터는 ㈜DXK가 이름만 바꿔 주관할 예정이지만 특정인이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는 변함이 없다.


방산 전시회가 난무하자 정부가 나서 통폐합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각 학회와 협회, 군에서 주관하는 방산전시회는 더 늘어났다. 올해도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2022 첨단국방산업전’을 열었다.


오히려 군에서 방산기업을 찬밥신세로 전락시킨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최근 육군은 ‘아미타이거(Army TIGER) 시범여단 전투단’ 선포식하면서 방산기업 대표들을 초청했다. 방산기업에서 생산된 신규 무기체계의 명명식 때문이었다. 기업 대표들은 전날 제주도에서 국방과학연구소가 주최한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KIMST) 종합학술대회에 참석하자마자 달려갔다. 하지만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은 방산기업 대표들과 인사는 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무기체계를 생산한 업체이지만 명명에 대한 의견조차 묻지 않았다.


최근에는 윤석열 정부 초대 방사청장 임명이 늦어지면서 더 초조하다. 방산에 대한 관심보다는 정치적인 색깔이 짙은 방사청장이 임명돼 자리 보전을 위한 생색내기에만 급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방산업계를 우울하게 만든 청장은 연이어 임명됐다. A 전 청장은 유럽을 방문하면서 관련업체의 VIP용 밴을 제공받은 바 있다. 하지만 당시 A청장은 밴을 보자마자 자신을 짐짝 취급하냐면서 현지 군수무관을 불러 크게 질책했다. 그 청장은 입국하자마자 군수무관제도를 폐지했다. 이후에 방산수출정보를 습득해야 할 방산무관제도는 사라졌다.


국방부의 B 전 차관은 기자실을 방문해 "국방부에 제2차관제를 도입해 방사청을 흡수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일본ㆍ이스라엘 등 방산 선진국이 획득전문기관 조직을 국방부 산하에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리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B 전 차관은 방사청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방사청은 외청이 맞다 "고 말을 바꿨다. 국방부의 간섭을 받기 싫다는 의도였다. 이후 함바 비리 연루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또 C 전 청장은 방위산업도 시장논리처럼 경쟁체제를 갖춰야 한다면서 저가경쟁입찰제도를 도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8월 "리베이트만 안 받아도 무기 도입비의 20%는 깎을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바탕으로 도입된 정책이다. 국가안보를 지켜야 할 무기체계를 싸게만 구입하겠다는 논리였다. 이후 방산기업들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협력업체들과 질 좋은 부품을 선택하기 보다 저렴한 부품만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협회, 학회, 기관의 이익과 생색내기용 전시회도 문제지만 방산기업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기관장이 없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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