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카드 꺼낸 정부…...수세에서 공세로 전환

최종수정 2020.06.03 10:51 기사입력 2020.06.03 10:51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임철영 기자, 권재희 기자]한국 정부가 11개월째 일방적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지 않고 있는 일본에 대해 적극적 공세로 방향을 틀었다. 일본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재개한 데 이어 한일 군사정보보호 협정(GSOMIA) 종료 검토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GSOMIA 종료 문제는 미국이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명해왔다는 점에서 한미동맹의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2일 정부는 양국 간 협상을 이끌어 온 주무부처를 중심으로 잇달아 대응 방침을 내놨다. 지난달말까지 수출규제 철회와 관련한 분명한 입장을 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일본이 묵살하자 산업통상자원부가 WTO 제소로 먼저 포문을 열었고 이어 외교부도 GSOMIA 종료 재검토 가능성을 밝혔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수출규제 철회와 관련한) 논의 동향에 따라 (GSOMIA 종료는) 신중하게 검토해야할 사항이고 그렇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까지 신중한 입장을 보이다 GSOMIA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일본 내 상황을 감안한 일종의 자신감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수출규제 조치로 일본 내 반도체 기업들이 되레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으면서 한국 정부는 더욱 기세를 높일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국 반도체업계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일본 의존도를 크게 줄인 데다 소재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수출규제로 실적이 급감하면서 정부에 대해 "현명하지 못한 처사였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20일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가 1년가까이 지속되면서 한국 기업들이 대체 공정마련에 나서는 반면 일본기업만 역풍을 맞고있다 "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의 불화수소 수출 1위 업체인 스텔라케미파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영업이익이 24억700만엔(약 27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1.7%나 급감했다. 주력 제품인 불화수소 매출이 22% 줄어든 영향이다. 모리타 화학 역시 한국 수출량이 규제 전과 비교해 3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토레지스트를 주로 수출하는 JSR과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생산하는 스미토모화학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예고된 조치에 책임을 떠넘기며 유감의 뜻을 전하면서도 GSOMIA 종료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모양새로 일관했다. 일본 정부는 GSOMIA와 수출규제 그리고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 문제는 별개의 문제라며 GSOMIA 종료 문제를 회피해왔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지금까지 당국 간 진지하게 의사소통을 해왔는데 이번 발표는 극히 유감"이라면서 "지난해 7월 발표한 수출관리 운영 재검토가 WTO 협정에 부합한다는 점을 앞으로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한미관계로 불똥이 튀는 일이다. 지난해 8월 청와대가 GSOMIA 종료를 일본에 통보한 이후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등은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북한과의 추가 대화가 제자리 걸음을 걷는 상황에서 한ㆍ미ㆍ일 삼각 안보태세가 GSOMIA 종료로 차질을 빚는 것에 대해 미국은 큰 거부감을 갖고 있다. 미국이 우리 정부를 향해 다시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경우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한미 관계는 또 다른 갈등에 휩쓸릴 것이 우려되고 있다.


GSOMIA는 1년 단위로 연장을 검토하고, 연장하지 않을 경우 상대국에 3개월 이전에 통보를 해줘야 한다. 이에 따라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해제하지 않으면 오는 8월에 GSOMIA 종료 통보를 해야 한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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