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로 만나는 미술품 보존과학, 국립현대미술관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최종수정 2020.06.03 18:05 기사입력 2020.06.03 18:05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미술품 보존과학을 소개하는 상반기 기획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Conservator C's Day)'를 10월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개최한다.


미술품의 생애주기는 수집, 전시, 보존·복원의 순으로 이뤄진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는 미술품의 생애주기 중 '보존·복원'에 대해 소개하는 전시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미술관의 보존과학 이야기를 전시를 통해 소개한다. 전시제목의 'C'는 '컨서베이터(Conservator)'와 '청주(Cheongju)'의 'C'를 가리키기도 하고 동시에 삼인칭 대명사 '-씨'를 의미하기도 한다.


미술작품은 탄생의 순간부터 환경적, 물리적 영향으로 변화와 손상을 겪지만 보존과학자의 손길을 거쳐 다시 생명을 얻는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는 이 과정의 중심에 있는 보존과학자를 전시의 한 축으로 삼아 가상의 인물인 '보존과학자 C'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보존과학에 접근한다. 기획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보존과학자의 일상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해 작가와 작품, 관객 등 다양한 관계 안에서 보존·복원을 수행하는 한 인물의 일상과 고민 등을 시각화한다.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의 보존'과학'을 문화와 예술의 관점으로 들여다보고자 하는 전시다.

500여 종의 다양한 안료 설치 전경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500여 종의 다양한 안료 설치 전경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는 상처, 도구, 시간, 고민, 생각 등 보존과학자의 하루를 보여줄 수 있는 주요 단어를 선정해 '상처와 마주한 C', 'C의 도구', '시간을 쌓는 C', 'C의 고민', 'C의 서재'라는 5개 주제로 나누어 구성된다.


'상처와 마주한 C'는 일상적으로 작품의 물리적 상처를 마주하는 보존과학자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텅 빈, 어두운 공간에는 사운드 아티스트 류한길의 작품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시각적 요소가 배제된 공간에서 울리는 기계음, 파열음 등 물질의 손상을 연상시키는 각종 소리들이 긴장과 불안을 일으킨다.


'C의 도구'는 실제 사용되는 보존과학 도구와 안료, 분석 자료, 재해석된 이미지 등을 함께 전시해 보존과학실의 풍경을 재현한다. 작가 김지수는 청주관 보존과학실을 순회하며 채집한 공간의 냄새와 보존과학자의 체취를 유리병에 담아 설치한다. 정정호 작가는 보존과학실의 각종 과학 장비를 새로운 각도에서 주목한 사진 작품을 소개한다. 주재범 작가는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영상을 소개한다.


'C의 도구' 공간에서는 수백 종류의 안료와 현미경 등 광학기기, 분석자료 등이 함께 배치돼 보존과학자의 현실을 함께 보여준다. 특히 한국 근ㆍ현대 서양화단을 대표하는 구본웅(1906~1953)과 오지호(1905~1982)의 유화작품을 분석하여 1920~80년대 흰색 안료의 성분 변화를 추적한 분석 그래프와 제조사에 따라 물감의 화학적 특성이 다름을 시각화한 3차원 그래프는 보존과학에서 '과학'의 영역을 보여준다. 또한 자외선, 적외선, X선 등을 활용한 분석법을 통해 실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림 속 숨겨진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X선 조사법을 통해 구본웅의 1940년 작 '여인'에서는 집, 담장으로 추측되는 이미지가 발견되었고, 오지호의 1927년 작 '풍경'에서는 숨겨진 여인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제로랩 'C의 서재(2020)' 설치 전경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제로랩 'C의 서재(2020)' 설치 전경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시간을 쌓는 C'에서는 실제 보존처리 대상이 되었던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실물과 복원의 기록들을 담은 영상을 함께 전시한다. 야외전시로 인해 표면의 변색과 박락 등 손상이 심했던 니키 드 생팔(1930~2002)의 '검은 나나(라라·1967)'의 복원 과정을 통해 현대미술의 보존 방법론을 소개한다. 또한 신미경의 '비너스(1998)' 등 비누 조각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의 재료적 특성을 확인하고, 다각도로 실험해 보존·복원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C의 고민'에서는 작품을 보존·복원하는 과정 중에 보존과학자가 겪는 다양한 고민을 시각화 한다. 특히 TV를 표현 매체로 사용하는 뉴미디어 작품들의 복원 문제에서 새로운 기술과 장비의 수용 문제를 다룬다. 우종덕 작가는 최근 이슈가 된 백남준의 작품 '다다익선(1988)'의 복원 문제와 관련한 3가지 의견을 영상 설치 작품으로 소개한다. 한 명의 인물이 3개 채널로 나뉘어 각기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는 영상은 한 사람의 보존과학자가 복원을 수행하기까지 고민하며 방향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C의 서재'는 유동적인 현대미술을 보존·복원하는 보존과학자의 연구 공간이다.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인문학적 지식 배경을 갖춘 보존과학자 C의 감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소설을 비롯해 미술, 과학 도서 등의 자료들을 함께 배치하였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전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학예사 전시투어' 영상으로도 만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유진 학예연구사의 설명과 생생한 전시장을 담은 녹화 중계로 7월2일 오후 4시부터 30분간 진행된다. 중계 후에도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계속 볼 수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