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휴직 쓰라던 사업주들, 해고 통보하기 시작했다

최종수정 2020.04.02 10:02 기사입력 2020.04.02 09:45

민주노총 '코로나19 피해 노동자 상담 사례' 발표
업종별 상담 건수 보니…숙박·음식점업, 제조업 순
3월 말 해고·권고사직 상담 20.4%로 가장 높아

아시아경제DB=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코로나19로 식당에 손님이 없어 운영이 힘들다고 그만두라고 합니다. 당일 통보 받았는데, 이해는 하지만 너무 억울합니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에서 3년째 근무하다 최근 매출 급감으로 한 달간 무급휴가를 갖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무급휴가 기간 중에 사용자가 사직을 강권해 지난달 31일자로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고용 현장의 신음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연차나 무급휴직 사용을 요구했다면, 이제는 사직을 강권하거나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하는 등 상황이 악화일로로 빠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1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코로나19 노동자 피해 상담 사례'를 발표했다. 2~3월 동안 접수된 상담 673건 중 코로나19 피해 상담(153건, 22.7%) 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상담 건수를 업종별로 보면 숙박 및 음식점업 33건(21.6%), 제조업 30건(19.6%), 운수 및 창고업 23건(15%), 도·소매업 20건(13.1%), 교육서비스업 11건(7.2%),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10건(6.5%) 등으로 나타났다.


최정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장은 "물리적 거리 두기로 음식서비스 업종의 피해 심각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관광, 항공, 숙박·음식업 등 위기 업종 뿐만 아니라 전 산업 노동자로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노조가 없는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사회·경제적 활동이 위축되는 가운데 취약계층,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상담 내용을 유형별로 보면 무급휴직(19.5%), 휴업수당 문의(16.6%), 해고·권고사직(14.2%) 순으로 높았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연차강요와 무급휴가(휴직)에 대한 상담이 많았다면, 최근 들어 해고와 권고사직에 대한 상담이 다수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기간별 상담 유형을 보니 2월에는 무급휴직(28.2%), 휴업수당 문의(17.9%), 연차강요(15.4%) 순이었고, 3월 중순에는 무급휴직(18.1%), 휴업수당 문의(17.2%), 휴업 통보(14.7%) 순이었다. 그런데 3월 말 들어 해고·권고사직(20.4%) 상담이 가장 많았고 무급휴직(18.4%), 휴업수당 문의(15.6%) 등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연차소진 강요로 시작된 노동자 피해 양상이 무급휴직·휴업을 거쳐 권고사직과 해고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 실장은 "2월에는 연차소진, 무급휴직 관련 상담이 늘다가 3월로 오며 휴업 통보와 해고로 옮아가는 양상"이라며 "재난기간 해고금지 없는 기업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현장의 피해를 막기 위해 ▲재난 상황에서의 해고 금지, 총고용 보장 조치 ▲해고 금지를 전제로 한 기업지원 ▲간접고용노동자 해고 대책마련과 고용유지지원금 사각지대 해소 ▲고용유지지원금 및 실업급여 신청요건 대폭 완화 등의 대책을 정부에 요구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달부터 코로나19 피해 노동자 제보·상담센터를 운영한다. 노동조합 가입을 전국적으로 홍보하는 '해고막는 노동백신, 노동조합'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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