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황교안 "n번방 호기심 입장, 판단 다를 수 있다" 정치권, 일제히 비판

최종수정 2023.03.02 18:16 기사입력 2020.04.02 08:56

황교안 "호기심에 'n번방' 들어온 사람에 대해 판단 다를 수 있어"
정치권 "사건 심각성 인지 못한 것" 질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일 서울 양천구 목동동로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인 이른바 'n번방' 사건을 두고 "호기심에 n번방에 들어온 사람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황 대표의 발언에 대해 여야 정치권은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제히 질타했다.


황 대표는 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n번방' 회원 전원 신상 공개 문제에 대해 "n번방의 대표도 처벌하고 구속했지만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호기심에 방에 들어왔다가, 막상 보니 '적절치 않다' 싶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에 대해 (신상 공개 등)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전체적으로 오랫동안 n번방에 들락날락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처벌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가입자 중 범죄를 용인하고 남아있었거나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황 대표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사안의 심각성이나 중대함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n번방'을 비롯해 파생된 대화방에 입장하려면 특정 대화방의 링크를 찾거나 공유받은 뒤 운영진에게 20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지불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단순 호기심만으로는 입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황 대표의 몰지각한 '호기심' 발언이 국민들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면서 "(n번방은) 단순 호기심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유료회원 모집을 위한 무료방도 초대를 받거나 접속 링크를 받는 식으로 비밀스럽게 운영된다. 단순 호기심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라며 "황 대표는 n번방 가입을 단순한 호기심으로 치부하고 끔찍한 범죄 가해자에게 관용을 베풀고 싶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심각한 성착취 범죄인 n번방 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갖추지 못한 것"이라면서 "제1야당 대표로 자격을 갖추려면 n번방 사건을 비롯한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황 대표는 텔레그램 n번방이 '호기심'에 들어가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보이는가"라며 "그 범죄의 소굴에 오래 머문 사람만 처벌하면 되고, 상대적으로 잠깐 있었던 사람은 처벌을 면하게 해주자는 것이 미래통합당의 입장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심 위원장은 "수십에서 수백만 원을 내며 여러 단계를 거쳐 성착취물을 좇아 접속한 텔레그램 n번방의 이용자들에게는 죄가 없다고 보는 건가"라며 "황 대표의 발언은 매우 문제적이다. 당장 피해자와 국민 앞에 사과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열린민주당 여성 비례대표 후보 일동도 성명을 내고 "황 대표는 자신이 한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묻고 싶다"면서 "별도 링크나 비트코인으로만 수십, 수백만 원 입장료를 내야 접속이 가능한 n번방에 호기심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황 대표가 과연 지속적으로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힐난했다.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호기심 운운하는 발언은 성범죄와 청소년 문제에 대한 황 대표의 인식이 얼마나 안이한지 분노마저 인다"면서 "도저히 공당 대표의 발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편 미래통합당은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엄벌에 처하겠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황 대표 발언과 관련해 "n번방에 들어간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명단을 공개하고 일벌백계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당의 입장"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황 대표도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황교안 오피셜TV'를 통해 "'개별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한 부분은 법리적 차원의 일반론적인 답변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n번방 26만 명의 가해자 관련자 전원은 이런 일반론적 잣대에 해당될 수 없다. 무관용 원칙이 철저히 적용돼야 한다"며 "호기심만 갖고서는 접근할 수도 없는 것이다. 용서받을 수도 없고, 용서해서도 안 되는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나 영상의 불법촬영·유포, 이를 빌미로 한 협박,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여성긴급전화1366,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02-735-8994)에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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