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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들이 바라는 대통령은

최종수정 2017.05.04 10:10기사입력 2017.05.04 09:21

정치부 양낙규 차장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9년째 군부대를 방문해 장병들과 같이 훈련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92번째 군훈련 체험까지 마쳤다. 훈련을 할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다. 군별, 보직, 부대의 구분없이 '쉬운 군 생활'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장병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장병들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지휘관들의 고정관념' 이다.

24번째 훈련체험으로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TCT)을 갔을 때다. 18시간의 전투끝에 가상의 적군인 '전갈대대'가 자리잡은 고지까지 진격했다. 살아남은 소대원은 8명. 소대원들은 길목에 서 있다가 전갈대대가 나타나자 일제히 총을 겨눴다. 하지만 정면에서 비추는 햇볕이 눈에 반사돼 조준을 할 수 없었다. 순간이었지만 그 자리에서 장병 절반이 사살됐다. 만약 미군처럼 선글라스 장비가 지급됐었다면 장병들은 그날 고지를 점령할 수 있었을 것이다.

50번째 훈련은 끊어진 다리를 복원하는 도하훈련이었다. 이날 장병들은 하나같이 맨손으로 다리를 연결하는 밧줄을 잡아당겼다. 손바닥이 벌겋게 달아오른 장병들은 살이 벗겨지는 고통을 이겨내야 했다. 장갑을 착용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봤다. 장병들의 답변에 할 말을 잃었다. "보급품은 피복이 금새 벗겨지고, 사제품은 규정상 착용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그 흔한 목장갑 하나만 있었더라도 장병들은 그날 손바닥의 고통을 참지 않아도 됐다.

65번째 훈련은 포격훈련이었다. 포병부대 입구에 들어서자 정문을 지키던 장병이 땀을 비오듯이 흘렸다. 금방이라도 쓰러질듯해 보여 "몸이 안좋냐"고 물어봤다. 장병은 "한 여름에 철모안의 체감 온도는 50도가 넘는다"며 "임무보다 복장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전방도 아닌 후방부대에서, 전시도 아닌 평시에 굳이 철모를 착용해야 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지휘관에게 건의했지만 다른 부대도 다 하고 있는데 우리 부대만 정글모를 쓰면 군기가 빠져 보인다며 거절당했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대선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후보들은 군 장병들의 마음을 잡겠다며 장병 월급 몇 %씩 올리겠다는 공약을 서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장병들이 생각하는 군통수권자는 어떤 사람일까. 말문이 막히는 고정관념과 규정으로 장병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는 곳곳에 숨어 있다. 때가 되면 군부대를 찾아 악수를 하면서 사진을 찍는 지휘관보다 장병들의 눈높이에서 장병들을 생각해주는 지휘관이 필요하고, 그 지휘관을 뽑아줄 대통령이 더 절실할지 모른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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